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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이

아흔 둘 '위안부' 할머니의 소원은


"우짜든지 사죄만하면 죽어도 소원이 없겠습니다."

아흔 두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는 기력이 다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살아생전에 일제강점기 조선의 누이들을 일본군 '성노예'로 만든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받도록 경남도의회, 정부가 나서달라는 호소다.



15일 오전 경남도의회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경남도의회 결의안 채택요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창진시민모임(대표 이경희)과 통영거제시민모임(대표 송도자)이 앞에 나서고 도내 29개 시민·사회·노동·종교 단체가 함께 했다.

이날 혼자서 거동이 불편한 김복득(92), 임정자(88), 김양주(86) 할머니도 자리를 지켰다. 피해생존자 중 얼마남지 않은 이들이다. 전체 등록자 234명 중 도내 11명을 비롯해 90명만 생존해 있다.

80~90대 고령이라 문제해결이 더 다급해졌다. 지난 18년 동안 일본대사관 앞에서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집회가 890여 회나 열렸으나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도 문제해결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경희 대표는 "해방 64년이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해방됐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경남본부 김영만 대표는 "1~2년만 지나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라며 "우리 민족의 누이들이 일본군 성노예로 반인륜적 행위를 저질렀지만 65년이 다된 지금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다. 일본 잘못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과 국가가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단체는 전국적으로 지방의회에서 결의안 채택을 하도록 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7월 대구광역시, 9월 부천시의회, 11월 통영시의회가 만장일치로 채택했고 거제시의회도 이번 회기에 채택을 추진 중이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도의회 결의안 채택 건의서와 이를 바라는 도민 8800여 명의 서명을 도의회에 제출했다. 지방의회 결의문 채택 촉구운동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결의안 건의 주요내용은 △일본정부 반인륜적 범죄사실 인정·사죄 △역사교과서에 기록 △일본의회 인권회복, 법적 배상 특별법 제정 △대한민국 정부 전담기구 설치, 일본과 협상 △국회 특별위원회 설치 △도의회 '일제하일본군위안부피해자 생활지원과 기념사업 법률'에 따른 지원 등 8개 항이다.

다행히 국제사회 일본의 반인권적 행위 해결을 위한 여론이 높은데다 최근 일본에서 과거사 문제 해결에 긍정적인 민주당 정권이 탄생함에 따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희망을 걸고 있다.

피해자 인권회복과 법적 배상을 위해 일본에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한·일 연대활동도 추진된다. 송도자 대표는 "일본의회 예산심의가 끝나고 특별법을 3월에 상정하도록 국내에서는 50만 명 목표로, 일본에서는 시민단체와 양심세력을 중심으로 100만 명 목표로 입법청원운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내년은 경술국치 100년이 되는 해이다. 과거 굴욕적인 외교는 굴욕적 협정을 체결했고 그 결과 고통은 고스란히 힘없는 민중의 고통으로 전가됐음을 우리 정부는 교훈을 삼아야 할 것"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