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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이

대선무효소송 맡은 박훈 변호사

선거 때마다 제기돼 온 전자개표 문제점이 밝혀질까?

 

25일 새 대통령이 취임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개표 오류에 대한 문제는 법정에서 다뤄진다. 18대 대선무효소송 대리인을 맡은 박훈(47·사진) 변호사를 만나 이번 소송의 취지와 계획을 들어봤다.

 

이번 대선무효소송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전국적인 이슈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 변호사는 '석궁사건'을 다룬 <부러진 화살>에 나온 실제 인물이다. 그는 이번 대선무효소송을 맡아 다시 큰 사건의 중심에 섰다.

 

 

대선무효소송은 지난달 4일 한영수(59) 전 중앙선관위노조 위원장 등 2014명이 대법원에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했다. 핵심 내용은 지난해 12월 19일 치러진 18대 대통령 선거 전자개표 오류 가능성과 개표부정 의혹, 수개표 재검 필요성 등이다.

 

한 전 위원장 등 원고들이 제기한 문제는 지난 대선에서 선거관리위원회 '개표관리 매뉴얼'대로 수작업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지침대로 했다면 전자개표 조작이나 해킹을 막을 수 있고, 수개표를 2~3회 해서 유효표와 무효표, 100매 묶음 수를 확인해야 하는 데 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전자개표는 수개표 보조용이다.

 

이들은 대법원에 선거무효소송과 함께 투표지 재검증(수개표) 신청, 대통령 당선인 직무집행 정지신청도 했다.

 

이와 관련, 중앙선관위는 지난달 1일 대선 결과에 대한 개표부정 주장과 재검표 요구에 대해 "제기된 의혹들은 하나같이 객관적 증거나 사실관계의 확인 없이 추측 또는 확대 해석한 것들이어서 참으로 안타깝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투표함 설치부터 투표 종료 시까지 전 과정을 정당과 후보자가 추천한 참관인들이 지켜봤다고 반박했다.

 

특히 "투표지분류기는 온라인으로 직접 연결이 돼 있지 않아 개표결과는 직접 온라인으로 전송될 수 없고 해킹 또한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라며 "심사집계부와 위원 검열석에서 육안으로 재차 대조·확인하고 이 과정을 개표 참관인이 확인하기 때문에 투표지분류기를 통한 조작은 한 마디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대선 직후엔 개표 부정 의혹에 공감하지는 않았지만, 소송 무료변론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소송 제기 후 창원까지 찾아온 원고 측을 만나 설명을 듣고서다.

 

박 변호사는 "대선 직후 전혀 관심 없었다. 민주당도 포기한 마당에 수개표 청원운동이라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원고 측을 만나고 나서 전자개표 부정이나 오류 등 문제점이 발생할 개연성이 상당히 있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 선거인데 투표결과, 개표결과가 당연히 일치해야 하는데 개표 오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큰 문제다. 전자시대지만 전산을 너무 신뢰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생각하는 이 소송의 핵심은 전자개표 오류를 밝혀내는 것이다. "쉽지 않다. 개표 과정 속에 전자개표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밝혀내고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싶다"라며 "원고도 국민적 운동을 벌여나가 전자개표 문제점을 알려내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전망대로 소송 과정도 쉽지 않고, 결과도 장담할 수 없다. 개표소마다 수검표를 했는지 안 했는지 찾기 어려운 데다, 전자개표 안전성과 오류 가능성 여부에 대한 검증절차가 없다. 더구나 전자개표 조작, 오류 가능성이 있는지 검증해봐야 하는 데 원고가 증거를 내야 한다.

 

이번 대선무효소송은 전례에 비춰보면 적어도 1년 반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2년 16대 대선 이후 몇 명이 제기한 대선무효소송이 있었다. 이 소송에서 원고들이 주장한 선거무효 주장 중 하나가 전자개표 문제점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2002년 5월 31일 기각했다.

 

선거무효소송은 현재 대법원 민사 특별1부에 배당돼 진행 중이다. 박 변호사는 이후 절차에 대해 "기본적으로 민사소송 절차에 준거해서 증거신청, 법원은 문서제출 명령할 수 있다"라며 "심리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