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는 '소통과 통합의 아이콘'이 되겠다고 했다. 소통과 통합이 강조되는 시대지만 권력은 스스로 귀를 막고 분열을 조장해왔다.
김태호 후보자는 어떨까요. 경남도지사 집권 6년 동안 공무원 노동조합과 관계에서 그가 과연 '소통과 통합'의 적임자인지 엿볼 수 있다. 김태호 후보자(이하 김태호)와 공무원노조 관계는 약속·신뢰·소통의 '파행'으로 요약된다.
◇지켜지지 못한 인사협약
보궐선거 당선 후 2004년 7월, 첫 인사 때부터 부딪혔다. 김태호와 공무원노조가 '도와 시군간 인사교류 협약서'를 체결하면서 정리되는 듯했다. 협약의 핵심은 '도와 시·군간 공무원 1대 1 교류 원칙'과 '교류 시 본인 동의, 기관장과 직원 대표 동의(부단체장 포함)'이다.
2004년 7월 3일 당시 김태호 도지사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이병하 경남본부장이 서명한 도와 시·군간 인사교류협약서.
이 협약 이행 문제는 갈등의 불씨였다. 당시 노무현 정부가 이 협약에 대해 합법화되지 않은 공무원노조 인사 관여라며, 도에 행정·재정적 불이익을 주겠다는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공무원에게 제한적인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주고 단체행동권을 못하게 한 공무원노조법 때문에 정부와 공무원노조가 대립한 상황이었다.
김태호는 2004년 7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분명한 것은 직원들의 98%가 가입된 단체를 인정하지 않으면 장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점입니다.", "한 단계 진일보하는 것으로 봐야지 법외단체를 불법적으로 인정한 것처럼 보는 시각은 문제입니다."
이후 젊은 도지사의 '소신'은 돌아섰다. 공무원노조는 그해 10월 단체협약 체결 약속이행을 촉구하며, 농성을 시작했다. 그러나 김태호는 집단행동 금지 위반 등을 이유로 122명 징계(중징계 및 고발 21명, 중징계 8명, 경징계 5명, 훈계 87명) 조치로 대응했다. 경남도는 김영길 공무원노조 위원장, 김일수 부위원장을 파면, 이병하 경남본부장을 해임했다.
김태호는 11월 실국원장회의에서 "공무원의 단체행동을 통한 파업은 공복으로서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이므로 철저하게 원칙적으로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총파업관련 49명을 중징계(파면 11명, 해임 6명)했다.
◇공무원노조와 전면전
인사마찰은 계속됐다. 인사교류협약 불이행이 문제였다. 전면전이 시작됐다. 공무원노조는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계획했던 '김태호 낙천·낙선운동'을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으나 선거 후 '김태호 퇴진운동'을 선언했다.
김태호는 "인사협약은 합법노조가 출범하면서 이미 파기됐다. 불법단체인 전공노와는 일체 타협이 없다. 추상같이 엄단하겠다"고 맞섰다. 경남도는 노조 사무실 퇴거, 전임자 복귀 명령을 내렸다. 또 정유근 경남본부장 등 임원 3명을 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어 도는 8월 30일 행정대집행 영장을 들고 경남공무원교육원에 있던 공무원노조 경남본부 사무실을 강제 폐쇄했다.
며칠 뒤 9월 1일 직원 정례조회에서 김태호는 "공무원노조와의 갈등과 관련해 경남이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고 자평했다. 후속조치는 정유근 본부장 등 경남본부 임원 3명 해임결정이다. 2007년 1월, 경남본부 임종만 부본부장을 비롯한 2명 파면, 1명이 해임됐다. 경남본부 집행부 9명(파면 4명, 해임 4명, 정직 1명)에 대한 중징계를 마무리 한 것이다.
◇갈등은 계속
도청노조가 합법노조로 전환 후에도 인사잡음은 계속됐다. 2월 인사에 대해 비판이 거세자 김태호는 '공무원가족에게 드리는 서한'에서 "의견과 정서를 고려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이라고 했다. 유감 발표 이후 3월 김태호가 들고 나온 게 '능력 없는 공무원 퇴출'이다. 7월 인사 후폭풍은 더 컸다. 도청노조가 '도지사 상생 약속 알고 보니 거짓말'이라며 아예 노조해산 엄포를 놓았다. 부단체장 인사때마다 공무원노조의 인사교류협약 이행 촉구는 계속됐다.
2009년 9월 연말 공무원노조가 통합을 결정하고 민주노총에 가입했다. 당시 김태호가 "안타깝고 비통한 심정"이라며 "어떠한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철저하게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한 발언을 한나라당 대표가 칭찬하기도 했다.
지난 6년 김태호와 공무원노조의 관계다. 최근 김용덕 도청공무원노조 위원장은 김태호 후보자를 이렇게 평가했다. "공무원노조와 합의된 사항을 뒤집어 그에 반발하는 공무원노조간부들을 파면, 해임 등으로 공직 배제한 것도 김태호식 소통과 화합이냐. 동향편중인사, 자기 사람 심기 인사로 도정의 인사원칙을 붕괴시켰다."
지난 2007년 파면, 소청으로 해임, 행정소송에서 이겨 복직한 창원시 공무원 임종만 씨는 "도지사 역할도 못했는데 국무총리 어떻게 하겠느냐"라며 "갈등의 연속이었다. 갈등관리가 중요한데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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