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아니면 살기로."
22일 경남 창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창원시 환경미화원 공개채용 체력시험 현장, 응시자들의 각오다. 1초라도 더 빨리 달리고 온 힘을 쏟고, 1초라도 모래주머니를 더 오래 들려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앓는 소리 내가면서 이를 악문다.
1초에 당락이 갈리니 당연하다. 오래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때는 한숨이, 차례를 기다리는 이들은 좀 더 버티라고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이번에 창원시가 뽑는 환경미화원은 10명인데 250명이나 몰렸다. 경쟁률이 25대 1이다. 이 같은 경쟁률은 10명 뽑는데 180명이 응시했던 2년 전보다 더 치열해진 것이다.
응시자 면면을 보면 경제위기에 먹고살기 어려운 삶이 그대로다. 가장들도 많았지만 취업문이 갈수록 좁아진 대학생도 보인다. 학력도 만만찮고 젊은 패기도 뜨겁다. 250명 응시자 중 대졸자가 37%(4년제 24명, 전문대 68명)를 차지했다. 연령대별로 40대(108명), 30대(100명)가 주를 이뤄졌지만 20대도 31명이 도전했다. 여성도 5명이 응시했다.
한 개만 더. 머리 쥐어 뜯기.
소방관이 30킬로 모래주머니 들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시험 중에서 체력시험(50점) 배점이 서류심사(30점)보다 높으니 면접(20점)까지 가려면 최소 20순위에는 들어야 하니 모두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체력 만점을 받으려면 100m 달리기는 14초 이하(15점), 30㎏들이 모래주머니 들기는 2분 51초 이상(20점), 윗몸 일으키기 1분에 55회 이상(15점)이어야 한다. 만상은 찌그러지고 없는 힘까지 짜낼 판이다.
거리 청소 일인데 이 같이 경쟁률이 높은 것은 경제사정과 맞닿는다. 특히 안정적인 보수와 정년보장을 꼽을 수 있다. 주5일 근무에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근무, 초봉 3000만 원에 호봉제로 계속 임금이 늘고 정년이 58세다. 비정규직 일자리뿐인 세상에 이만한 일자리를 찾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모래주머니 오래 들기, 이 응시자는 2분 51초 넘어서 만점 받았습니다.>
<윗몸 일으키기 체력시험, 한 개만 더~응>
환경미화과장은 "IMF 이전만 해도 응시자가 없어 미달도 있었다. 세상이 그만큼 살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라며 "취업하기 어려운 세상에 연봉도 꽤 되고 정년까지 보장되니 응시자가 많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2년 시험에 떨어졌던 재수생도 많다. 한 40대는 "보수 안정적이고 정년도 보장되고, 학자금 지원도 받을 수 있어 좋은데 체력이 안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체력시험은 치른 응시자들은 용쓴 체력 점수에 따라 당락이 결정된다. 창원시는 26일 1차 발표 선발 20명 중 29일 최종 면접에서 10명을 뽑는다.
한 20대는 응시 이유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먹고살기 어려워서요." 이 시대의 한 단면이다.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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